오랜만에 돌아온 뇌피셜리뷰. 이번 주와 지난 주는 A매치 기간으로 클럽 경기가 치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리뷰는
작성 기준 어제 11월 19일 화요일 22시 30분에 펼쳐진 한국과 브라질의 친선경기 리뷰 되겠다. 고고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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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브라질은 2013년 10월 12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 펼쳐진 친선 경기 이후로 6년만에 맞대결을 펼쳤다. 당시의 결과는 네이마르와 오스카의 골으로 2:0 브라질의 승리. 브라질과의 경기도 오랜만이지만, 강팀과의 경기를 갖는 것도 상당히 오랜만이었기에 대표팀의 경기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현재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가기 위해 아시아 2차 예선이 치뤄지고 있는 상황이며, 한국 대표팀은 북한전, 레바논전에서 모두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상태다.
강팀과의 친선 경기는 자신들의 전술적인 특색과 경기력이 얼마나 통할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이고, 또한 팬들은 세계 무대에서 뛰는 유명 선수들의 국가대표팀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데, 한국 대표팀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굉장히 기대가 되는 상황이었다.
결과는 3:0. 스코어만 보자면 압도적인 경기력 차이가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경기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그렇지도 않았다. 과연 양팀은 맞대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을까?
"경기 분석"
한국과 브라질이라는 국가의 축구 경기력 차이의 객관적인 지표가 될수는 없겠지만, 스쿼드의 라인업과 소속팀만을 보더라도 한국이 확실한 열세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브라질의 선발 라인업 전원은 유럽 4대리그에 소속되어있는 선수들이었고, 정말 입이 벌어질 정도의 선수단이었다. 그들이 가진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4-1-2-3 전술 역시 눈에 띄었다.
반면에 한국은 지난 레바논전과 최근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황인범을 빼고 주세종을 투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공격적인 브라질의 전술에 대비하여 중앙에서 기회를 만들며 수비를 강화할 수 있는 4-2-3-1전술로 그들을 맞이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브라질이 우세를 점할 것이라는 예상은 어느정도 들어맞았지만, 한국 또한 마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벤투 감독의 전술 철학인 후방 빌드업에서 이어져오는 공격 전개를 시도하려는 모습들이 보였고, 드리블이나 슈팅으로 이어지는 기회들 또한 심심치 않게 보였다.
하지만 브라질의 전술과 선수들의 역량은 한 수 위에 있었다. 치치 감독은 상당히 유기적인 전술을 선보였는데, 전술의 핵심은 왼쪽 풀백 헤난 로지와 미드필더 루카스 파케타였다.
왼쪽 풀백 자리에 선발 출전한 헤난 로지는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왼쪽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기본적으로 높은 위치까지 올라있던 그는 빌드업에 참여하며 돌파를 통해 한국의 좌측 공간을 이용했고, 위협적인 크로스나 패스 연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때 로지의 오버래핑으로 만들어지는 공간은 수비형 미드필더인 파비뉴와 2선의 아르투르가 적절히 커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현재 리버풀에서 아놀드와 로버트슨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창출되는 뒷공간 커버와 후방 빌드업에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파비뉴의 영향력은 거대했다. 한국 선수들을 커버하면서도 전방에 있는 선수들에게 공을 뿌리는 모습으로 2명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또한 로지가 측면 높은 위치까지 올라옴에 따라 왼쪽 윙포워드로 출전한 쿠티뉴는 중앙으로 진출할 수 있었는데, 플레이메이킹과 찬스 메이킹에 능한 쿠티뉴는 좋은 패스와 슈팅등으로 한국의 골문을 자주 위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르투르와 파비뉴가 후방에서 빌드업을 함에 따라 또 다른 2선 미드필더인 파케타는 중원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공격진과 2,3선을 연결해주는 역할과 공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수비적인 롤을 수행하는 파비뉴나 아르투르의 자리까지 진출하여 공을 받고 연결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것인데, 파케타가 공격적으로 나가는 롤을 부여받음에 따라 오른쪽 풀백인 다닐루는 비교적 낮은 위치에서 공격적인 롤보다는 수비적인 롤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브라질의 전술은 유기적이고, 자연스러웠으며 높은 차원의 축구였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인 공격으로 위험 지역에서 파울을 얻어내고, 세트피스를 활용한 공격으로 득점을 만들어내기도 하였으며, 얼리크로스와 컷백 등을 활용한 측면 플레이 역시 눈에 띄었다.
이러한 브라질의 공세에 한국은 수비라인을 끌어 내리고 역습을 통한 공격 전개를 꾀하는 듯 보였다. 경기에서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인 것은 주세종이었다. 물론 손흥민이나 황희찬, 김민재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지난 레바논전에서 이야기가 많았던 황인범의 자리였기 때문에 더욱 주의 깊게 보인 것 역시 사실이다.
벤투 감독의 전술상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고 패스로 공을 연결하는 미드필더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 주세종은 이날 박스 투 박스의 미드필더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공격과 수비 모든 측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교적 정우영이 수비적인 미드필더 롤인 6번 롤을 수행함에 따라 주세종이 좀 더 위에서 공을 연결하는 모습은 그간 강팀을 상대로 좋은 플레이를 보여준 주세종을 선택한 벤투의 선택이 어느정도 맞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또한 전방으로 찔러주는 롱패스의 정확도 또한 높았다.
하지만 브라질을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수비 라인이 밑으로 내려와있던 까닭에 손흥민과 황희찬이 우리 진영 깊은 라인으로 내려와있었고, 롱킥으로 전방의 황의조나 침투하는 김진수에게 공이 연결되어도 공격작업을 도와줄 수 있는 선수가 주변에 적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아쉬웠다.
이런 상황이 되다보니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가 눈에 띄는 플레이를 보여줄 수 없었다. 그래도 공격작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손흥민의 스피드와 김진수의 오버래핑, 황희찬의 넓어진 시야 및 발기술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스코어는 많이 밀렸지만, 경기력은 많이 뒤쳐지지 않았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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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술?"
아쉬운 경기. 선수들은 정말 투지를 보이면서 스코어를 뒤집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이에 '졌잘싸'라는 말이 나오려는 찰나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 등장했다.
스코어 상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과 그렇지만 계속해서 골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벤투의 첫번 째 교체카드는 나상호였다. 나상호가 볼을 잘 못찬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며 그는 좋은 활동량으로 경기장 이곳저곳을 누비기에 후반전 체력이 빠진 브라질 선수들을 상대로 유효한 교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체 상대는 이날 정말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던 황희찬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직선적인 움직임으로 공격을 시도하는 선수가 적다는 것을 이날 황희찬과 손흥민이 어느정도 해결해 주고 있던 상황. 황희찬은 특유의 저돌적인 플레이로 브라질의 왼쪽 측면에서 꽤나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때문에 황희찬보다 공격적인 모먼트가 떨어지는 나상호를 투입한 것은 다소 아쉬웠다.
그 다음 교체는 이재성과 권창훈. 좀 더 공격을 몰아붙일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슈팅이 좋고, 저돌적인 돌파를 보여주는 권창훈을 넣은 것은 개인적으로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남태희처럼 선수를 제치고 찬스를 만들 수 있는 선수를 기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여기다. 마지막 교체카드인 황인범. 황인범이 나쁜 선수라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저조한 성적과 폼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황인범을 88분에 그것도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던 주세종과 교체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다. 물론 벤투의 어떠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교체를 진행한 것이겠지만, 정규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적인 움직임을 더할 수 있는 선수를 택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브라질은 에메르송이나 호드리구 같은 선수를 교체시키면서 비교적 어린 선수들에게 A매치 경험을 부여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벤투의 선택은 도저히 나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가 없다. 왜 황인범이었던 것일까.
국내 축구 유튜버인 이스타TV의 박종윤 캐스터는 경기 후 코멘트에서 이러한 말을 했다.
"극단적인 예시로 벤투의 황인범 교체카드 선택은 마치 에메리가 자카를 사지로 밀어넣는 것과 비슷한 선택이다."
무슨말인가 하면 경기의 내용, 선수의 성적을 떠나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선수를 굳이 88분에 투입시키는 것은 선수를 보호하려는 목적도, 전술적인 선택도 아니기에 그저 선수가 더욱 많은 비판을 받게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저 벤투가 자신이 황인범을 기용하는 것이 옳다며 상황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선택이 옳으니 나는 이선수를 계속 기용할 것입니다. 라는 뉘앙스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상황이다.
"정리"
아쉽다. 정말 재밌게 보았고,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좋은 모습도 발견할 수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일어난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 경기의 좋은 내용을 모두 잡아 먹는 듯 한 느낌을 준다. 과연 벤투는 어떠한 입장을 표명할 것이고,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증명할 수 있을까.
2022 카타르 월드컵으로 나아가기 위한 월드컵 지역 예선, 다음 경기는 3월 26일. 어떠한 결과가 펼쳐질지 모두 주목해보자.